The Devil's Dandy Dogs 룰 후기

2025. 11. 1. 16:43

구매링크 : https://www.montecookgames.com/store/product/the-devils-dandy-dogs/, DriveThru에서도 판매중. PDF 기준 14.99 USD. 룰북은 114페이지, 캐릭터 시트의 내용도 별개로 존재하고 플레이 중 뽑는 계시자의 카드 해석도 따로 있기 때문에 번역 난이도는⋯ 제법 있음! (분량의 문제 뿐이고 용어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 같음)

한줄요약 : 2인 이상만 있으면 출발 가능한 (하지만 4~5인을 추천하는) 악마와의 거래, 영혼사냥, 그리고 사람들을 움직이는 욕망에 관한 스토리텔링 TTRPG. 간략한 룰에 세션 준비로 필요한 것이 많지 않고, 배경설정이 자유로워 마음에 드는 세팅으로 빠르게 시작하기 좋다. 스토리텔링 중시에 익숙하지 않다면 연습용으로 좋지 않을까나⋯ 초자연적인 악마개가 되어, 주인인 악마에게 흥미진진한 사냥 이야기를 들려주자.

 

❝당신은 흔히 지옥견, 운명의 수하, 저주의 수족, 죽음의 전령, 영혼 도둑이라고 불린다. 물론 그 어떤 것도 —특히나 도둑만은— 진정한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악마의 사자다. 또한 악마의 그림자다. 그의 영혼 사냥꾼. 그의 착한 개. 그는 당신을 그의 형상으로 빚었고, 당신은 악마와 태고부터, 소모적으로, 쾌락과 고통으로 얽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The Devil's Dandy Dogs (이하 DDD)에는 2개의 기본 전제가 있다. 첫 번째는 악마가 어떠한 존재— 굉장한 이야기가 될 잠재력을 지닌 누군가와 영혼을 건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거래의 일환으로 악마는 상대의 요구사항을 반드시 만족시켜야만 하며, 사냥개들은 계약성립과 동시에 현장으로 파견되어 악마의 몫을 이행한다. 두 번째는 사냥개들은 언제나 계약을 이행하고 영혼 사냥에 성공한다는 것이다. 성공은 너무나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성공했는가, 그리고 그 성공해가는 과정의 근사한 이야기를 어떻게 악마에게 들려주느냐다.
이 기본 전제에 따라, 플레이어들은 이미 영혼 사냥은 성공했다는 전제로 위풍당당하게 귀가해 주인의 곁에 옹기종기 자리잡고 앉는다. 서로 번갈아가며 자신들의 여정을 (가끔은 양념을 쳐가면서) 들려주는 것이 본 세션의 내용이 된다.

너무너무 멋들어지잔아.

이 룰의 장점을 어디부터 소개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취향존 정중앙에 당당하게 들어와서 마음에 들었던게 한둘이 아니다. 일단 그림이 죽여준다. 계시자의 카드에 그려진 그림들도 멋들어지고 스타일리시해서 게임에서 제공하는 것들만 깔고 세션해도 하는 맛이 산다. 한마디 더 더하자면 카드가 제시하는 내용들도 좋았다. 콕 찝어 말해주는 것 외로도 해석의 여지가 있는 키워드나 숫자, 색 등도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해석해서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두번째로는 시스템이 간략해서 빠르게 익히기 쉽다. 게임에서 제공하는 '역할' 하나만 선택하면 캐릭터의 성격과 특징, 특성과 재주, 고유의 충동과 스토리텔링 방식까지 결정해주기 때문에 캐릭터 메이킹이 단순하고, 판정법도 대략 1은 극적인 실패, 2~5는 평범한 성공, 6은 극적인 성공이라는 단순한 방식이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부름 & 호응이나 욕망 다이스 등 고유의 매커니즘이 존재하지만 계시자의 선언을 따라가다 보면 쉽게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다이스 여러개를 굴리고 자기가 원하는 결과부터 뽑아서 적용시키는 구조라 이야기 연출을 플레이어 측 또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
또한 DDD는 자유도가 높다. 즉흥 스토리텔링 룰들이 대개 그렇듯, 이 룰은 사냥개들은 이미 계약을 성공적으로 이행해서 영혼을 사냥해왔다는 전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울타리를 친다. 계약자의 소원을 도착지로 찍어두고 출발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헤매는 부분도 이야기의 일부로 승화되는거다. 물론 NPC와 세계의 반응은 기본적으로 계시자에게만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계시자가 임의로 이야기가 너무 옆으로 새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기도 하다. 여러모로 구조가 잘 잡혀있어서, 풀려있는 부분은 마음대로 하고싶은거 다 할 수 있다는 감각이 좋았던 것 같다. 여담으로 PC들은 악마인데다 개이기 때문에 윤리적, 도덕적, 인간적 사고에서 자유로운 것 또한 재미있다.

그 외로 꼭 얘기하고 싶었던 부분은 이 룰이 티알피지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를 얼마나 잘 녹여냈는지에 대해서. 악마의 사냥개의 의무 —협력, 목표에 충실하기, 문제해결을 위해 제시하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등등— 는 플레이어의 의무와 일맥상통한다. 세션에 몰입하다보면 무심코 놓쳐버릴 수도 있는 부분을 PC에게 적용시키는 것으로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로도 상기시켜주는게 강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이 룰에서 1의 결과는 '악마의 즐거움'이라 불린다. 비록 이야기 속의 당신은 판정에 실패해 극적으로 좌절되었을지라도 청자는 그 순간까지 즐기고, 긴장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대한다. 최후의 당신은 목적을 이루었으니, 지금의 이 실패는 그 디딤돌이라고 안심시켜주기까지 한다. 뜨면 애물단지가 될 것 같은 결과 1을 극적인 연출 기회로 바꾼 것이 정말 인상깊다.

 

단점을 꼽자면 룰북의 서술이 모호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종종 있었다. 플레이 예시가 단편적으로만 나와있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 경우에는 악마와 사냥개의 관계가 상호우호적인지, 계약에 얽매인 노예와 주인 관계인지 모호했던 부분 (양쪽 모두의 언급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판정 시스템 적용방식에 대한 것이 헷갈리는 부분 정도였다. 다른 리뷰들을 좀 찾아보니 이 혼란은 나만 겪은게 아닌 듯. 전반적으로 악마와 악마의 사냥개에 대해서, 어디까지가 가능하고 어디까지가 불가능한지에 대한 서술은 두루뭉실하다. 아마 탁 내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일부러 비워둔게 아닐까. 나는 늘 그랬듯 대강 내가 이해한 방향으로 하우스 룰 먹여서 썼다.

사용툴 추천은 코코포리아. 시트 자체가 이식되는게 아닌 이상 주사위만 굴러간다면 어디든 무관할 것 같긴 하지만, 간지나는 카드를 깔 수 있는 기회를 놓치자니 좀 아쉬운 기분이 든다. DDD용 캐릭터 시트(구글시트)도 만들어뒀는데, 룰북 내용 유출이 되므로 트위터 / 마스토돈 디엠으로 찾아와주길 바란다.
난생 처음 보는 룰 맨 땅 헤딩을 함께 해주신 수집가의 악마개 여러분께 압도적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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