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es On The Prize 룰 후기

구매링크 : https://iraprince.itch.io/eyes-on-the-prize, itch.io에서 판매하는 번들중에 있었을수도 있음! 가격은 7USD. 룰북은 22페이지인데 실제 룰 파트보다 카드 제시어가 더 길다. 번역 난이도 낮음.

한줄 요약 : 2인 or 4인용 위장결혼 부부사기단 로맨스 판타지(아니다) 스토리텔링 TRPG. 룰 자체는 로맨스에 제법 치중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이야기 진행 자체가 플레이어들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에 본인들이 원하는 분위기로 이어갈 수 있다는게 큰 장점. 대신 배경설정과 목표를 촘촘하게 세팅해둘수록 플레이가 편하다는 점에 준비가 좀 필요하다.

 

Eyes On The Prize (EOTP) 는 공통된, 혹은 각자의 목표를 위해 결혼까지 위장한 두 캐릭터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룰이다. 다만 제공되는 제시어들은 계략의 진행보다는 두 캐릭터 사이의 교류에 조금 더 치중하는 느낌이라, 가짜부부 사이의 감정 및 관계의 변화가 좀 더 두드러진다. 사람에 따라서는 너무 로맨스를 강요한다는 기분이 들 여지도 충분해 이 부분은 호불호가 조금 갈릴 것 같다. 2인이라면 위장결혼 커플 하나의 이야기가, 4인이라면 커플 두 쌍이 각각 자신의 이야기를 진행하게 된다.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 찬 사교계인 모양이다)

 

시스템 자체는 애정, 계획, 의혹이라는 세 가지 자원으로 캐릭터들의 현 상황을 나타내고, 이 중 하나가 10을 달성하면 게임의 엔딩 분기점에 도달한다는 단순한 방식이다. 게임의 진행 또한 번갈아가며 플레잉 카드를 뽑아, 해당 카드의 제시어에 맞춰 롤플레이 하고 토큰을 얻는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이 익숙하다면 적응이 빠를 것이다. 중간중간에 섭섭하지 말라고 돌발과제등 큰 이벤트도 섞여있고, 주사위 굴리는 구간도 주어지는 등 랜덤요소도 갖추었다.

룰북에서 제시하는 플레이타임은 1~3시간인데, 오프라인 또는 보이스 세션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 온라인 텍스트 세션으로는 엔딩까지 6시간 걸렸다. 이것도 운 좋게 맨 처음의 엔딩 분기점에서 엔딩을 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지, 다이스 결과에 따라 플레이가 이어졌다면 더 길어졌을지도 모른다. 턴 전환이 빠른 대신 의외로 토큰을 쌓는 속도가 느려,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운도 필요하다. (물론 합의를 본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궁정 / 사교계를 배경으로 가정하고 캐릭터들이 주기적으로 파티 등의 사교모임에 참가하며, 캐릭터들에게 달성해야하는 목표가 있다. (삽화까지 고려하면, 이종족이 존재하는 판타지 세계관도 포함) 이 세가지가 룰이 상정하는 배경의 전부로, 나머지 세부사항들은 플레이어가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 부분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룰에서는 세세한 세계관을 제시하는 것으로 버퍼링 구간을 없애는 등 자유도를 조금 해쳐 난이도를 보완하곤 한다. (AIM의 마을 및 관계성 설정 카드들, Dead Friend의 고정진행 등) EOTP에서는 이런 식으로 틀을 잡아주는 울타리가 더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으로 게임 시작 전 어느정도 설정을 잡고 들어가는게 편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의 설정은 즉흥적으로 제시어에 맞추는게 편해서 기본적인 특징만 잡고 들어가지만, 세계관과 사회적 관계, 특히 주변 인물과 사교계의 유명인 등 조연들을 어느 정도 잡아두면 필요할 때마다 채용하기 편할 듯 하다.

플레이 화면 캡쳐. 플레잉카드와 토큰표시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세팅도 간략하다

경험삼아 해봤던 첫 세션. 뱀파이어가 퇴치 대상인 판타지 세계관에서 어느 날 뱀파이어가 되어버린 자작가 영애와, 최근 사냥에서 놓친 뱀파이어를 찾던 헌터 백작이 사교계 안에 숨어있는 흡혈귀를 추적하는 (이라고 쓰고 사교계에서 우당탕탕 엉망되는) 이야기였다. 뱀파이어는 무사히 잡았구요. 남편의 신붓감을 찾습니다. 언제나처럼 맨 땅 헤딩을 함께 해주시는 ㅅㄹ님께 압도적 감사.